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14.3%)에 진입한 후 단 7년만에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1,2]하였다. 이러한 빠른 속도의 초고령사회의 진입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3]”를 살펴보면, 건강보험 진료비는 110조 8,029억 원이고 요양비는 76조 7,250억 원으로 매년 4-10% 범위 내에서 증가한다. 본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3년에는 총 의료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며, 인구구조의 역피라미드화는 의료보장체계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복지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저하라는 이중 부담은 국가 성장에도 크나큰 장애 요소가 된다. 따라서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한 다양한 건강문제 해결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층이 가장 바라는 것은 “건강한 노년”이다. 즉, 건강한 노년은 자연스런 노화과정 속에서 가능한 노화 속도를 늦추면서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산다”라는 개념의 기대수명의 연장이 아닌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산다”라는 건강수명의 연장일 것이다. 이미 건강수명의 연장이 기대수명의 증가보다 훨씬 더 큰 의료비 절감 효과뿐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국가 재정과 경쟁력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 일부 연구나 자료에 따르면[4,5], 건강수명을 1년 연장할 경우 연간 2조 8,000천억-3조 4,000천억 원의 의료비 절감효과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만약 요양비와 질환으로 근로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액을 함께 고려한다면, 더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사실은 의료비의 84.5% 그리고 전체 사망자의 78.1%를 차지하는 것이 만성질환이다[3].
노년층이 바라는 건강한 노화(aging)와 반대되는 것은 아마도 노쇠(frailty)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건강문제 중 하나는 바로 노쇠이다. 노쇠의 가장 큰 특성은 1) 신체활동 감소, 2) 근육/체중 감소, 3) 느림, 4) 탈진[6]으로, 각 특성의 근본적 원인 요소는 근력감소로 인한 신체활동 저하이다[7]. 즉, 건강한 노화와는 달리 다양한 질환이나 신체활동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한 근력 감소에 따른 신체활동 저하는 노쇠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근감소증, 골다공증, 낙상, 골절, 인지저하 등의 질환으로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어 건강수명의 감소뿐 아니라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노령화에 따른 노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단으로써 운동처방과 운동재활은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이다.
운동처방의 궁극적 목적은 아마도 고령사회 대비 의료비 절감과 국민건강 증진에 있을 것이다[8]. 첫째는 만성질환 등 심혈관 위험요인의 개선 및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 감소라는 “예방을 위한 운동처방” 즉, 일차적 예방(Primary Prevention)이다. 둘째는 치료적 관점에서의 이차적 예방(secondary prevention)인 만성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을 진단받은 질환자의 질병 재발 방지 및 인체기능 회복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일 것이다. 임상운동처방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보건기구 (WHO)와 ACS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이를 21세기 의료 패러다임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9]. ‘운동은 약이다(Exercise is Medicine)’ 패러다임이 실제 의료체계 내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전문적 자격체계와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국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미스포츠의학회(ACSM)에서 “ Clinical Exercise Physiologist (CEP)” 라는 자격증[10]을 운동과학 석사 이상을 취득하고 일정 자격(실습 등)을 갖춘 자에게 발급하고 있으며, 병의료원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영역에서 “의사의 의뢰 하에 운동처방을 수행하는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운동처방은 공공의료보험(Medicare/Medicaid)과 민간보험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주는 호주 운동/스포츠과학회(Exercise & Sports Science Australia, ESSA)에서 “ Accredited Exercise Physiologist (AEP)” 라는 공인 자격증[11]을 운동생리학 석사 이상을 취득하고, 일정 자격심사(역량심사+실습 등)를 갖춘 자에게 발급하고 있으며, 병의료원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 보건시스템 안에서 운동생리학자(AEP)를 보건의료인으로 포함시켜 만성질환뿐 아니라 재활 치료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운동처방은 국가 건강보험뿐 아니라 사 보험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국가들은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운동중재를 의료체계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임상적 전문성과 엄격한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자격증 발급 차원을 넘어, 의료융합서비스 전달체계 내에서 운동전문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고 수가체계와 연동시킨 종합적 접근이었다.
한국의 경우, 1995년부터 이러한 일차적(primary) 그리고 이차적 예방(secondary prevention)을 목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왔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는 운동생리학 전공 석사 이상을 취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관으로 “1급생활체육지도자(운동처방사)” 자격증이 발급되었다. 2015년부터는 자격 대상자가 “체육계열의 전문학사”로 낮추어지고, 자격 명칭도 “건운사”로 변경되면서 자격증 취득인원은 그 이전에 비해 약 3.6배(10년 평균 연간 238명) 증가되었다. 양성인원은 크게 늘었지만 건운사 자격증 취득자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건운사의 질적제고, 연수제도 및 운영 그리고 관리, 보수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심혈관질환자를 포함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이차적 예방 현장인 병·의료원에서의 건운사의 법적 지위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보건의료인에 해당하는 영양사, 물리치료사, 간호사와 달리 건운사는 병원내에서 치료 보조 역할을 할 법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운동처방 행위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기에 병원의 수익 구조와도 연결이 안된다. 이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내에서 운동처방의 통합적 적용을 저해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운동중재에 접근할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예방-치료-재활의 연속성(continuum of care) 측면에서 중요한 임상운동중재가 의료체계에서 분절되는 현상을 야기한다[12].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그동안 체육계와 주관 발급기관인 문체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주관 기관들과 많은 논의와 협의가 있었으나 여전히 공중누각에 불가하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작년에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하였다[2].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한 국민들의 다양한 건강문제 해결은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 건강한 노화와 달리 노령화에 따른 노쇠의 예방과 치료의 핵심 수단은 맞춤형 운동처방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체계적인 운동중재의 효과성은 무작위 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과 메타분석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수준 1A로 입증되었으며[13,14], 비약물적 중재 중 가장 비용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운동처방을 통한 맞춤형 운동중재는 “사람의 건강을 유지, 회복, 촉진하는 모든 활동”이라 정의되는 의료적 행위이다.
우리도 미국과 호주와 같은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문체부에서 발급하는 건운사는 만성질환의 예방과 건강증진이라는 일차적 예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질환의 치료/재활이라는 이차적 예방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는 문체부의 역할 범위를 넘어선다. 따라서 건운사의 자격제도는 건운사의 질적 제고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되 기존의 문체부의 틀에서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고, 새롭게 보건복지부 주관의 영양사, 간호사 그리고 물리치료사와 같은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임상운동전문가, Clinical Exercise Specialist” 면허제도가 신설되어야 한다.
보건(健康)의 사전적 의미는 한자어 그대로 “건강 유지”이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노력과 질병을 예방하는 모든 활동”을 해야 한다. “보건”의 주요 수단 중 하나가 운동과 신체활동이라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운동/신체활동은 개인의 질환상태, 체력수준, 연령, 성 등 많은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운동은 약 처방과 같다”라는 의미에서 “운동은 약이다, Exercise is Medicine”라 말한다. 실제로 운동처방에 따른 운동중재는 약리학적 중재와 마찬가지로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를 따르며, 부작용과 금기사항,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을 요구한다[15]. 따라서 질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운동중재는 의료적 행위이고, 치료와 재활을 위해 자격을 갖춘 “임상운동전문가, Clinical Exercise Specialist”는 당연히 보건의료인의 자격이 부여되어야 하기에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면허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 ②항에 명시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헌법 제36조 ③항에는 “국가는 보건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건강증진법 제3조 그리고 보건의료기본법 제4조와 제6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제①항과 ②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국민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에 관한 기본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임이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권을 가진 그리고 모든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의료를 위해 기본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또한 이러한 헌법적, 법적 의무는 단순한 선언적 규정이 아닌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모든 정책에서의 건강(Health in All Policies)’ 패러다임[16]에 따르면, 건강은 단일 부처의 책임이 아닌 범정부적 접근을 요구하는 범분야 과제이다[17]. 이는 초고령사회에서 더욱 절실한 명제이며, 부처 간 협업과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2025년 6월부터 새정부가 시작된다. 새정부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단순한 질병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통합적 건강관리와 예방의료로 전환되어야 하며, 운동이라는 강력한 비약물적 중재가 의료시스템 내에서 제도화되는 변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재정절감을 넘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정부와 함께 우리 “한국운동생리학회”와 회원들이 국민 보건과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